전지언

경인년 하

마술 피리 2023. 11. 18. 16:21

1. 시중드는 상관진들이 어른님께서 여러 병을 앓으시면서 수일동안 누워계신다기에 고동진이 문안인사드리니 '고삼을 캐오라' 하시어 캐다 올리니 청주에 담가 선반 위에 올려놓으셨다가 다음 날 내려 방 가운데 놓으시고 속 말씀을 하시고 누우시더니 곧 회복하시니라

 

2. 오느 날 이영우 부인이 쌀을 올리니 속 말씀을 하시고 '아버지 진지 깨끗이 올려라' 하시고 '만수'를 부르시고는 말씀하시기를 '만수가 시키지' 하시기에 만수가 누구냐고 아뢰니 '신명이라' 하시니라

 

3. 9월 어느 날 고동진에게 말씀하시기를 '둔정 문서를 오릴라고 했더니 안 올리니 고동진이가 문서 가지고 와' 하시기에 순간적 생각이 떠올라 170여종 품목을 기록하여 올리니 '이제는 되었다' 하시니라 (만중생 만물의 이름을 기록)

 

4. 어느 날 아낙씨가 정호진이가 관원에게 붙들려간다고 아뢰니 '어서 오라 하여라' 하시어 쫒아가 호진에게 전하니 예 하고 대답했더니 곧바로 돌아왔으나 답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대로 끌려갔느니라

 

5. 송순이 상관진이 10여년간 수절하고 본주님 댁에 시중들며 있었는데 어느 날 어른님께서 밤 대추를 주시며 '집에 갔다 와'하시어 집에 가는 도중 치안 대원에게 붙들려 강탈을 당했는데 그 후부터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으니 그도 홀몸이라 부부 인연맺고 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6. 어느 날 흉년으로 인해 수수밥도 제대로못먹고 굶주릴때 정읍 상관진들이 모였는데 그 중 이희열이 본주님을 찾아뵙자고 제안하니 김재홍이 하는 말이 그 곳까지 가서 밥도 안주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하면서도 70여리를 걸어와서 어른님을 뵈니 밥을 7그릇 고봉밥으로 담아서 차려놓으셨다가 주시었다

 

7. 김수성 상관진이 한국전쟁 당시 증명 조사가 심할대 며칠이 멀다하고 본주님께 왔다갔다하며 방위군이나 경찰관이 있을 때는 담뱃대로 비켜라 하고 손 짓을 하면 어디로 피하는 것같이 보였고 오히려 우리 일행들은 대로로 순찰다니는 것같은 느낌이었다

 

8. 어느 날 솜리가 송부근 상관진과 동행하여 본주님을 뵈니 송부근에게 '방우에게 살려달라고 빌어라' 하시니 예하고 방우에게 살려달라고 심고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삼례에 이르니 치안고나 친구가 있어 송부근이 총 한번 쏘아보겠다고 총머리를 잡으니 주지않으려 당기는 순간 오발되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 수술하니 갈비뼈를 타고 끝에 머물러 있어 의사와 친구가 하는 말이 옆구리에 맞은 총알이 갈비뼈를 돌아가다니 기이한 일이라고 하였다

 

9. 하루는 아낙씨에게 '집에 갔다오라' 하시어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참빗살 나물을 가지고와서 차려드리고 남은 것을 몰래 먹으려고 바가지에 덮어놓았더니 부엌에 나오시어 바가지를 열고 '이러면 못써 다 같이 나누어 먹어야 해' 하시고 며칠 동안 밥을 못하게 하시며 밤 대추만을 주시면서 '이것만 먹어도 먹고살어' 하시니라  

 

10. 차일을 만들라고 어른님께서 명이 있으시어 차일을 만들고 남은 광목을 박선동이가 자기가 쓸 데가 있다고 여러 날 욕심을 내어 가져가려 하기에 만류하고 본주님께 사유를 말씀드리니 '욕심을 내면 주어라' 하시어 남은 광목을 주어 가져갔는데 시장에 팔아 사비로 썼다고 하더니 며칠이 지나 빨치산의 습격을 받아 죽었다하니라

 

11. 어느 날 원장에게 '동쪽 문을 내어라'하시어 그대로 봉행하니 '나갔다 들어오라' 하시고 며칠 후에 '도중 집에 뒷담을 헐고 원지방과 통하게 문을 내라' 하시니라

 

12. 어느 날 한조희 상관진이 유충열전 소설을 읽고 이튿날 찾아뵈니 '다른 공부하지말고 육갑이나 배워놓으라' 하시니라

 

13. 아낙씨가 본주님 댁 웃방에서 잠을 자는데 추워서 이불 두개를 포개 덮고있으려니 오시어 이불 하나를 걷으시며 '인간들은 이렇게 무거운 것을 많이 덮고 잔다' 하시고 가시었는데 잠시 후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니 본주님께서 굴뚝에다 불씨를 넣으신 것 같더니 방안이 온화해지고 방바닥이 따뜻해져 그 후로는 추운줄 모르고 지냈다

 

14. 하루는 김형곤 상관진을 부르시더니 '수득세를 가져오라 고추 30근하고 쌀 15통을 가져와야지' 하시기에 전쟁 중이여서 증명조사가 심할 때라 증명이 없어 걱정입니다 고 아뢰니 '증명은 누구한테 내여' 하시어서 며칠동안 여러 집을 방문 전전하면서 돌아다녀도 회갑이 넘은 사람까지도 조사하는데 30세인 난 조사 한번 당하지않았다 한다

 

15. 조명덕 상관진이 가산을 정리하여 원지방에 와서 집 전답을 계약하고 잔금을 치루려 돈을 세고 있던 중 빨치산들이 들이닥쳐 감출 시간이 없어 한켠으로 밀어놓으니 여러 사람들의 눈에 다 보이건만 그들은 샅샅이 뒤져보면서도 눈에 보이지않는지 나가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늘 여기서 잔금 치룬다는 소식을 듣고왔는데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며 되돌아갔다 

 

16. 어느 날 강이수 외 몇 상관진들이 정읍 내장산 복용동에서 수련하겠다고 본주님께 아뢰니 '가면 죽어 물 그림자 찾지말라' 하셨는데 그날 경찰관과 빨치산들이 총격전이 있어 사상자가 많았다

 

17. 하루는 원장을 부르시어 상관진들에게 일러주어 하시고 '농사지어 추수하고 밥 해먹고 설걷이하는 이치를 알아야한다'고 하시니라

 

18. 하루는 원장을 부르신다기에 찾아가뵈니 시중드는 상관진들이 있을때 말씀하시기를 '마음 잘 먹어 세상 일을 빠짐없이 고르게 보았으니 나의 말을 믿고 잘 실행하면 좋아' 하시고 ' 병으로 휩쓸때 착하고 의로우면 신명이 도와주고 악한 일을 행한 자는 살지 못하고 죽어서도 벌을 받게 되' 하시니라 

 

19. 허령 작난을 꾸며 본주님을 실덕시킨다하여 몇 사람이 황치익 상관진을 못나오게하고 구타하려하니 어른님께서 이를 아시고 ' 그 사람 배추가 잘못 심어서 그러니 손대지 마라' 하시니라

 

20. 어느 날 신복례 상관진이 찾아뵈니 말씀하시기를 '물 한 방울 곡식 한 알이라도 천지에서 주는 것이니 아끼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해' 하시니라

 

21. 경산에 사는 김재수 상관진이 이사온다고 아뢰니 반가워하시며 '용화동 사람들이 모두 집 비워준다고 하지' 하시어 예하고 답하니 '그래' 고개을  끄덕이시니라

 

22. 시중드는 상관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음양 변판 땅하늘 공사 잔치를 행한다' 하시니라

 

23. 원장 외 많은 상관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를 믿으면서도 말이나 함부로 하고 남을 속이고 음해하고 덕을 갖지못하면 믿지않고 제 멋대로 사는 사람보다도 죄를 더 받고 살지 못한다' 하시니라

 

24. 어느 날 솜리 이규한 상관진에게 '사람 많은데 가지마라' 하시었다 한다

 

25. 김경발 상관진이 말을 타고 용화동 입구 팥정이 다리에 오니 말이 두 다리를 들고 머리를 하늘로 향하여 울부짖고 몸부림쳐서 경발이 땅에 덜어지고 말이 산으로 들로 달아나 따라가니 태인 자택으로 향하여 마구간에 들어가기에 그제서야 뉘우치고 이튿날 본주님을 찾아뵈니 '그런 것 타고다니지 말어' 하시니라 

'전지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묘년 하  (0) 2023.11.18
신묘년 상  (0) 2023.11.18
경인년 상  (1) 2023.11.18
기축년 하  (0) 2023.11.18
기축년 상  (0)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