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은 발가벗겨진 채로 강에 빠져 숨져 있었다. 목 졸린 흔적은 있었지만, 사망원인은 익사였다. 시신에서는 성폭행 흔적과 범인을 특정할 만한 DNA가 발견됐다. 그러나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DNA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했고,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졌다.
용의자는 목포교도소에서 강도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도룡이었다. 사건 당시 24세였던 그는 A양의 집 인근에 거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진범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것 같았지만, 검찰은 김도룡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DNA는 몸에 3일 정도 남아있을 수 있어 추가 조사 때까지 살인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도룡이 '사귀는 사이라 성관계는 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도 받아들여졌다.
경찰은 2015년 3월 김도룡과 A양이 사랑하는 사이였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A양이 사건 당일 오전 1시15분쯤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있었는데, 약 2시간 뒤에는 집에서 나간 상태였다며 A양을 채팅으로 불러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수사했다.
김도룡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A양을 승용차에 태워 광주에서 나주로 데리고 가 성폭행한 뒤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도룡이 복역 중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모범수로 출소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김도룡은 사건 당일 여자친구와 함께 친척 집에 갔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도룡의 동료 재소자 B씨는 "김도룡이 자신에게 범행 사실을 다 털어놨다"고 증언했다.
B씨는 김도룡이 A양을 만난 과정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고, 김도룡이 사건 직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강진군에서 여자친구와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정에서는 김도룡이 B씨에게 수사나 재판 과정을 상담한 메모지까지 공개됐다. 김도룡은 B씨가 자신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어 허위 진술한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김도룡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김도룡은 끝까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7년 1월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같은 해 12월 대법원 상고심은 "피해자 시신에서 발견된 상처 등을 보면 성폭행당한 뒤 물속에서 목이 졸려 사망한 것"이라며 김도룡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건 발생 6165일 만이었다.
A양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2017년 1월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참석한 뒤 법정을 나서는 모습./사진=뉴스1A양 어머니는 확정판결 이후 "긴 시간이 걸렸다. 조금이나마 한이 풀린 것 같다. 딸을 죽인 진범이 영원히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딸이 보고 싶다. 이제 하늘에서 편안히 눈 감고 아빠랑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도룡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B씨에게 보복하려다 징역이 추가됐다. 그는 교도소 수감 중이던 2018년 4월 B씨에게 앙심을 품고 무고죄 등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했지만, 도리어 무고죄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김도룡은 B씨에게 "나중에 교도소에서 날 만나면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협박 편지를 보낸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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